슬픔, 분노, 기쁨 등 얼굴 표정은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태이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합니다. 시끄러운 클럽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옆에 아기가 자는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 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 간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말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뇌는 언어 처리, 말과 관련된 영역이 여러 개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영역이 두 가지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브로카 영역으로 전두엽 뒤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전달할 내용을 생각하고 관련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브로카 영역이 하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베르니케 영역인데 측두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언어의 이해와 관련이 있습니다. 단어의 의미, 여러 가지 해석을 이해할 때, 베르니케 영역이 작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의 관점에선 이 두 가지 구조는 매우 단순한 것이지만, 실제 언어 구조는 훨씬 더 복잡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지난 수백년 간 브로카와 베르니케 이 두 가지 영역만이 말을 처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인식이 생긴 이유는 1900년대 실험에서 발견된 사실을 통해서입니다. 그 당시 이들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스캐너나 컴퓨터 등 현대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신경과학자들은 관련 손상을 입은 환자를 연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브로카와 베르니케 영역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이 손상되면 말이나 이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어증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브로카영역
브로카 영역은 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단어를 내뱉을 순 있지만 길고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진 못합니다.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말은 귀로 듣고 입으로 전달하게 되고, 글을 쓰는 것은 눈으로 보고 손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능 모두 문제가 있다면 이 두 가지 모두 손상되었다는 뜻입니다.
베르니케 영역
베르니케 영역은 브로카 영역과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된 사람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언어의 억양, 타이밍 등은 이해하지만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샀습니다'라고 하지 않고 '저는 물을 마시지 않았어'처럼 말합니다. 실제 단어와 만들어낸 단어가 섞여서 이해할 수 없는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뇌의 언어를 인지하는 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라 언어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베르니케 손상은 글을 쓸 때 나타나며 이들은 자신이 정상적으로 말을 한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이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 두 가지 영역의 이론은 현대 기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측두엽 주변의 광범위한 부분이 관여한다는 연구 자료가 나오면서 역할이 축소되었습니다.
인간의 표정은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
인간의 표정은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입니다. 누가 화가 났는지, 행복한지, 슬퍼하는지 등 얼굴에 감정을 보여주는 표정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얼굴 표정 실험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실험참가자 중에는 서구 문명사회와 접촉이 없는 문화권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문화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표정을 알아차렸습니다. 얼굴 표정은 학습된 것이 아니라 뇌 속에 깊이 박혀있는 본능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슬픈 일이 발생한다면,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에서 자란 사람들도 서울에서 평생 산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지을 것입니다. 이처럼 표정은 의사소통의 유용한 수단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면, 뇌는 즉시 근처에 모든 사람이 위협으로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대응 방식을 준비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표정이 아닌 말에 의존해야 한다면, 지금 '징그러운 뱀이 우리 쪽으로 스멀스멀 기어 오는 것 같아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뱀이 눈앞에 있어 대응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표정은 사회적 관계에도 도움을 줍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따라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표정의 대립
표정은 자발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비자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자발적인 표정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으로 누군가 재미없는 그림을 보여줄 때 재미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자발적인 표정은 실제 감정의 표정입니다. 슬픈 영화를 봤을 때 눈물이 나고, 웃긴 장면을 보았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놀라운 점은 뇌는 표정을 읽는 데 아주 민감한데, 예를 들어 의상 스타일이 난감할 때 상대방이 솔직함 또는 좋은 말을 해주려는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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